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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입국심사〉 리뷰 – 당연한 절차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Jiwon Chun

Jiwon Chun

2026. 07. 28 18:13Views 1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요?

객관적인 판단이 안 되니 대답해 주세요.

나는 매분 매초 인권이 말살당하는 기분이었는데.


체계화된 사회 질서를 위한 합의 속에서 사람들은 일부 권리를 포기한다. 우리는 이를 당연한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암묵적인 포기마저 동의로 여긴다. 자국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사람들은 입국심사를 거친다. ‘입국심사’란 다른 나라의 국민이 해당 국가에 아무런 위해를 끼치지 않고, 정해진 체류 목적에 따라 머물다 자신의 나라로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임을 증빙하는 절차다. 그 모든 것을 증빙한 후에야 비로소 '돌아갈 사람'을 위한 시한부 허가가 주어진다. 여행의 설렘에 압도되어 입국심사라는 절차를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당연한’ 절차에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다수는 흔히 예민하다 할 것이다.


연극 <입국심사>는 바로 그 당연한 절차에서 시작한다. 공연 전 비행기 탑승을 연상시키는 안내멘트, 시작과 함께 연출되는 비행기 소리와 함께 관객 역시 주인공과 함께 이 절차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연극은 입국심사를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국가 권력이 한 사람의 삶을 낱낱이 해체할 수 있는 순간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과거와 관계, 가치관, 삶의 목적까지 심문의 대상이 되는 순간 관객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권리를 포기했는가. 무엇에 동의했고, 그 동의는 정말 우리의 선택이었는가. 애초에 우리에게 동의할 권리, 혹은 거부할 권리는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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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내용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7월 18일 관극에 기반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증명해야만 통과하는 절차


'재상'은 하늘과 나무, 바다가 아름답다는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입국 과정에서 그는 대기 사유조차 모른 채 30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고, 따르지 않으면 추방된다(You will be deported)는 경고와 함께 폐쇄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녹화되고 있으며, 'WARNING'이라는 붉은 경고 문구가 빔프로젝터를 통해 크게 투사된다.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묻는 말에만 답해야 하며, 거부하면 추방된다는 경고와 함께 경찰의 심문이 시작된다.


가족의 인적 사항, 월급, 계좌 잔고, 시위 참여 여부, 최종 학력. 재상은 입국을 이유로 처음 만난 타인에게 자신과 가족의 삶을 강제로 털어놓는다. 부당 고용과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아들이 보고 싶어 했던 풍경을 대신 보러 왔다는 여행의 목적은 이 과정에서 점차 흐려진다. 그는 자신의 삶 자체를 증명해야 하지만, 그 증명은 이미 또 다른 절차를 거쳐 생산된 문서들에 의존한다.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순간 그의 진실은 쉽게 의심받는다.



'자국 안전'의 이름으로 어디까지 질문할 수 있는가


질문은 점차 더 민감한 영역으로 향한다. 미국 9·11 테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무엇인지 묻는다. 이전까지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생각과 정체성을 심문한다. 재상은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결국 '경고'를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제압당한다.


이후 경찰은 '질문들은 모두 논리적인 답변이 존재하는 질문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설명되어야 하는 것은 질문 자체다. 왜 개인의 가치관과 정체성은 국가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되었는가. 우리는 언제 그것을 허용했고, 정말 동의한 적이 있었는가. 작품은 입국심사를 통해 국가 권력이 개인의 내면까지 심사의 대상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권력은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이 극에는 재상과 함께 경찰, 그리고 통역사,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90분의 러닝타임 동안 이어지는 것은 오직 입국심사다. 경찰은 질문하고 경고하며, 통역사는 그 나라의 이민자인 한국인으로서 두 사람의 대화를 이어준다. 재상의 말은 영어로, 경찰의 말은 한국어로 통역된다. 언어가 다르듯 의미 역시 완전히 옮겨지지 않는다. 시위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재상의 말이 'stalking'으로 번역된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받아들이겠다, 용납 해보겠다는 어조의 말이 역시 'okay'로 통역되었을 때, 재상은 그게 아니라며 이의를 제기한다. 통역은 'accept'라는 단어으로 수정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나라에서 월급을 받는 입장이라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하던 통역사 역시 점차 재상의 감정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일련의 일들은 오로지 경찰만의 잘못일까. 극 중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권력은 경찰에게 재상을 제압하라고 명령한다. 그가 국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반인권적인 지시를 내리고, 경찰은 반발하면서도 결국 그 명령을 수행한다. 그것도 명령대로 웃으면서. 심문 과정에서 기록되는 것은 재상만이 아니다. 경찰 역시 끊임없이 감시받는다. 경찰은 단순한 가해자가 아니다.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더 큰 국가 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또 하나의 인물이다.




일상에 내재된 권력, 환원되는 개인


산업재해의 진상을 끝내 밝히지 못한 아들의 죽음, 입국심사 과정에서 부당함을 겪는 재상, 일정 선 이상 관여할 수 없는 통역사, 절차를 수행해야 하는 경찰. 작품은 이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며 입국심사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일상에 내재된 권력의 침해를 드러낸다. 국가와 회사, 제도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개인을 통제하고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절차와 합의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진다.


국가가 정말 알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위험을 가려내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목적은 점차 사라지고 절차만 남는다. 질문은 사람을 이해하기보다 분류하는 기준이 되고, 증명되지 않는 삶은 쉽게 의심받는다. 결국 개인은 하나의 삶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통과 여부를 판정받는 대상으로 환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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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과 수평선 사이


다만 이 연극은 비극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통역사는 외교부에 전화해 재상의 상황을 설명하고 끝까지 그의 통역을 맡는다. 외교부는 국가 간 절차 속에서 재상이 어떤 침해를 겪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경찰 역시 질문을 선택한 이유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약속하며 상사를 고발하겠다고 말한다. 규정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현실이 그렇듯 수정은 할 수 있는 것이니.



나무, 하늘, 바다는 날씨에 따라 바뀌는데 수평선은 그대로에요.

수평선은 늘 괜찮았고, 괜찮고, 괜찮을 거라 말해요.


통역사는 이전에는 나무, 하늘, 바다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수평선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수평선은 어디를 가든 평평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재상의 뒤로 펼쳐지는 수평선이 펼쳐진다. 그 의미가 재상에게도 닿았다는 뜻일까. 극에서 수평선은 국경선과 대비된다고 느꼈다. 국경은 사람이 질서와 안전을 위해 그어 놓은 인위적인 선이다. 그 선을 기준으로 입국과 추방이 나뉘고, 허가와 거부가 결정된다. 반면 수평선은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연극은 두 개의 선을 함께 보여주며,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 온 경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연극이 결국 보여주는 것은 결국 우리 일상에 내재된 권력의 작동 방식이다. 절차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고, 그 절차는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 일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절차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권한이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으며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장면들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과연 예민한 반응일까. 아니면 너무 익숙해져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감각을 비로소 되찾는 일일까. <입국심사>는 '당연함'이라는 이름 아래 작동하는 절차와 권력을 비추며,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권력의 작동 방식을 끝내 관객에게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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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won C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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