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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좁은 곳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일들: 트릴로지 시리즈

nn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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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8. 07 12:00Views 15

대학로에서 가장 작은 극장은 어디일까?



오늘 소개할 극장은 홍익대 아트센터 소극장이다.

사각형 형태의 공간을 가변적으로 활용하여 때로는 두 면을 객석으로, 때로는 세 개의 면을 객석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이곳은, 익숙한 대극장 건물 지하에 위치한 아주 작은 곳이다. 때문에 올라오는 공연마다 예매 창의 좌석표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작은 공간을 바깥과 연결하여 보이지 않는 동선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반으로 쪼개어 다른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것은 이 극장에 들어갔을 때, 우리가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이 아닌 실제 사건의 현장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장 작지만 가장 활용성이 큰 이 극장, 오직 이곳에서만 공연될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 두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아래의 소개하는 극들은 각각 하나의 극이지만, 세 가지 에피소드로 나뉘어져 있어 '트릴로지 시리즈'라 불린다. 세 개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극을 구성하는 이 시리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포토존, Photo by nnyoung @imculture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포토존, Photo by nnyoung @imculture



'나쁜 일은 항상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다'



1923년, 1934년, 1943년,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 일어난 세 개의 살인사건.

시간 순으로 LOKI(파멸의 광대), LUCIFER(타락 천사), VINDICI(복수의 화신), 각 세 개로 이루어진 에피소드는 옴니버스 형석으로 구현된다.

한 장소에서 일어난 다른 시간대의 사건들을 다루며, 이후 시간대에서 이전 시간대의 사건이 언급되거나 현장의 물건이 낡은 옷장에서 발견되는 등 약간의 연결성을 가지지만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이다. 올드맨, 영맨, 레이디 세 명의 배우가 각 에피소드에서 다른 역할을 맡으며 분장을 바꾸어 멀티 캐릭터 연기를 하는 경우도 많고, 닫힌 문 뒤에서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등 배우 활용의 유연성이 매우 높다.


첫 번째 에피소드 로키(LOKI)는 렉싱턴 호텔 바의 쇼걸, 롤라 킨을 둘러 싼 이야기이다. 어느 날 그녀가 사람을 죽였다고 하며 광대 두 명이 그녀를 깨우고, 사건의 전말은 하나하나씩 드러난다. 이 에피소드는 코미디 장르로, 광대 역할 두 인물이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장난을 치기도 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두 광대는 롤라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야기의 진실을 하나하나 설명해나가며 롤라가 그 장소를 탈출하려 할 때마다 무한 루프처럼 그녀를 다시 방으로 들여보낸다. 여기에서 이 극장의 활용을 발견할 수 있는데, 침대 아래로 숨은 어떤 인물은 감쪽같이 바깥으로 사라지고, 그 역할을 맡았던 배우는 곧이어 다른 역할로 반대쪽 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다. 세 명의 배우가 총 10개의 배역을 맡는다.


두 번째 에피소드 루시퍼(LUCIFER)는 시카고 도시의 조직 2인자인 닉 니티와 그의 아내 말린의 이야기이다. 이 에피소드는 서스펜스 장르로 감옥에 갇혀있는 어떠한 존재로부터 옥죄여오는 죽음의 불씨를 어두운 분위기로 표현하는데, 닉은 그의 아내에게 이 호텔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 계속해서 말하지만 어쩌면 이 도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그 자신과 함께하는 것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느와르 분위기가 특징인 이야기로, 어두운 시카고를 밝히려 했던 닉 니티가 드리운 그림자를 보여준다.


마지막 에피소드 빈디치(VINDICI)는 아내를 잃은 젊은 경찰 빈디치가 이 호텔 661호에서 복수를 준비하며 시작한다. 그가 죽이려는 프랭크 두스는 20년 전, 그리고 9년 전 각각 롤라 킨 사건과 닉 니티 사건을 함께 수사한 선배 경찰이었고, 그의 딸인 루시 두스는 알 수 없는 의도로 빈디치의 복수극을 돕는다. 잔인한 복수의 시작과 함께 진실의 비극이 서서히 다가온다.



세 가지 에피소드에서는 '빨간 풍선' 이라는 소품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로키' 에피소드에서 광대가 들고 등장하는 빨간 풍선은 마지막 롤라가 문 밖을 나서기 전 함께 떠나는 소품이 되고, '루시퍼'에서는 닉이 말린에게 잡아주려 한 상징적인 물건으로 창문 밖에서 떠올라가며 등장한다. '빈디치'에서는 루시가 어린 시절의 상처로 떠올리는 물건이며, 복수극의 후반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 연극 <벙커 트릴로지>

연극 <벙커 트릴로지> 캐스팅보드, Photo by nnyoung @imculture
연극 <벙커 트릴로지> 캐스팅보드, Photo by nnyoung @imculture



'전쟁에서는 진실이 첫 번째 제물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벙커에서 일어난 세 가지 에피소드.

모르가나(MORGANA), 아가멤논(AGAMEMNON), 맥베스(MACBETH)는 각각 영국의 아더 왕 전설,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희곡 이야기를 모티브로 현실과 상상을 뒤섞어 표현해낸다. Soldier 1~4까지 총 네 명의 배우가 연기하며, 각 에피소드별로 4~8개의 배역이 존재한다. 좁은 공간에 실제 전쟁 중의 벙커처럼 쏟아지는 흙먼지까지, 전쟁의 참혹함과 그 사이의 '사람'들을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극이다.


모르가나는 모험을 꿈꾸며 친구들과 함께 참전한 영국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각각 '원탁의 기사들'의 이름을 서로 별명으로 가지고 있는데, 세 명 남은 친구들, 아더, 랜슬롯, 가웨인이 벙커에서 서로 감정이 엇갈리며 충돌한다., 그 중 가장 순수한 가웨인은 무인지대에서 본 여자에 대해 계속해서 설명하는데, 다른 두 친구는 이것이 그의 망상이라고 계속해서 여긴다. 드러나는 진실의 이야기와 함께, 환상 속에서 전쟁을 견뎌내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가멤논은 영국군과 독일군이 대치 중인 전방 전선의 이야기로, 영국인 크리스틴과 결혼한 독일 군인 알베르트가 등장한다. 전쟁이 시작되자 최고의 저격수였던 그는 아내를 두고 전장으로 나서는데, 살아남기 위해 시작된 총성은 점점 명성을 떨치고, 크리스틴이 보낸 편지는 답이 돌아오지 않으며 결국 알베르트의 광기의 전쟁은 멈추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아이스킬로스의 고대 그리스 비극 '아가멤논'을 모티브로 전쟁의 고독과 광기를 드러낸다.


맥베스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영국군 후방 본부 참호 내의 전야제가 펼쳐진다. 들고 있던 촛불이 꺼지며 장군과 병사들은 모여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공연하고, 극중극인 '맥베스'와 현실은 교차되어 나타난다. 과거에 병사들과 함께한 동료였던 마크 테일러 장군은 전쟁이 지날수록 지위에 물들어가고, 전쟁의 마지막 날 연극의 진실은 드러난다. 이 에피소드만의 특별한 점은, 입장할 때 관객에게 군번줄을 하나씩 나누어준다는 점이다. 배우의 지시에 맞추어 군번줄을 함께 흔들기도 하며 전장의 현실에 직접 함께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이 공연들은 카포네, 벙커, 프론티어까지 총 3개가 제스로 컴튼 프로덕션 라이센스로 제작사 imculture(아이엠컬쳐)에서 공연되어 ‘트릴로지 시리즈‘로 불린다. 그 중 위에 소개한 카포네, 벙커 두 극은 모두 김태형 연출, 지이선 각색으로 고유의 특징을 더해 많은 매니아 층을 지니고 았다.

같은 장소에서 일어나는 시대별 시카고의 이야기, 전쟁을 테마로 환상와 현실을 교차해 표현한 이야기, 이 두 이야기를 통해 연결되지만 또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그리고 한 에피소드만 보아도 되지만 세 가지 모두 보았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트릴로지 시리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연극 <더 헬멧> - ROOM ALEPPO (SMALL) 커튼콜, Photo by nnyoung (260717 5PM) @imculture
연극 <더 헬멧> - ROOM ALEPPO (SMALL) 커튼콜, Photo by nnyoung (260717 5PM) @imculture


그리고 현재 홍익대 아트센터 소극장에서는 연극 <더 헬멧>이 공연중이다. 위에 소개했던 트릴로지 시리즈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위 시리즈와 동일하게 아이엠컬쳐 제작사, 김태형 연출& 지이선 극작의 작품으로 홍아센 소극장을 색다르게 사용한 대표적인 극인데, 한 극장을 두 개의 방(BIG, SMALL)으로 쪼개 동시간대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각각 진행되고 또 합쳐지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에겐, 가장 어두운 시대에조차 어떤 등불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 (- 연극 <더 헬멧> 대사 중)


연극 <더 헬멧>은 두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방마다의 이야기가 펼쳐져 총 4개의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룸 서울' 은 1987년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여 각 방에서 학생, 백골단의 시점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룸 알레포' 는 시리아 알레포에서의 내전을 배경으로 각 방에서 어린 아이, 구조대 화이트헬멧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장 작은 곳에서 일어나는 다르면서도 하나로 이어지는 특별한 이야기, 10/11까지 공연한다고 하니 방문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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