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연예술 극장은 일본과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정숙한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공연 안내 멘트는 언제나 동일하나. "뚜껑이 있는 페트병 물 제외 음식물 및 음료 반입이 절대 불가합니다." 이는 혹여나 대사와 연기 속에서 가방을 뒤적이는 소리나 음식물을 섭취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처음부터 금지하기 위해서이다. 이에 따라 완벽한 정숙을 지키는 관람 형태를 뜻하는 '시체 관극'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나라에선 또 다른 관람 문화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방문한 미국, 캐나다, 영국의 극장은 한국, 일본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극장 앞은 마치 활기찬 바나 펍을 연상시킨다. 공연을 관람하기 전부터 사람들은 신나게 떠들고 맥주나 와인, 칵테일과 과자를 먹는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음식물이 극장 내부에 들어가며 그 안에서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 해 요즘 극장에선 인터미션 음료 선주문 시스템도 들어왔다. 2막이 시작되기 전 쉬는 시간인 인터미션에서 마실 와인, 핑거푸드, 간단한 간식 등을 미리 결제해 두면 15분 남짓한 짧은 인터미션에 긴 줄을 서지 않고 지정된 테이블에 차려진 자기 음료를 바로 즐길 수 있다. 캐나다와 미국, 영국의 극장에서의 인터미션은 단순한 잠시 쉬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이 아닌 함께 온 이들과 음료를 마시며 1막의 감상을 공유하는 대화의 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외국의 대극장에선 음료 및 알코올 섭취에 이토록 관대한 것인가? 첫 번째 해답은 문화적·역사적 배경에 있다. 과거 서구권 중산층에서 공연 예술은 상위층과 같이 완벽한 감상과 사치의 영역이라기보다는, 퇴근 후나 주말에 친지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며 스트레스를 푸는 유흥 및 사교의 연장선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한 셰익스피어, 그 시대의 극장들 역시 민중들이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서로에게, 작품에 환호하고 야유하던 역동적인 공간이었다. 이러한 전통이 현대 극장 문화까지 유지되어 가만히 공연을 보는 한국과 일본과는 다른 문화가 들어온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공연을 보며 술을 한 잔 곁들이는 행위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즐거움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공연 관람 방식은 왜 차분함을 추구하는 것인가? 한국의 공연 관람 방식은 근대 연극의 유입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한국 연극 (마당극 제외)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을 거쳐 유입된 신파극과 신극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본의 전통 공연 예술인 가부키와 같은 전통 극장에서는 무대를 단순히 연기하는 공간이 아닌 신이 내리거나 예술적 혼을 바치는 신성한 영역으로 연기는 관념이 매우 강했다. 신발은 벗고 다니고 매우 깨끗하게 유지한다. 이처럼 무대를 엄숙하고 중요하게 여기던 문화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배우의 연기과 작품에 대한 극도의 존중과 몰입의 문화로 정착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