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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 그리고 연극, 거창국제연극제

Chaewon Moon

Chaewon Moon

2026. 08. 20 16:02Views 6

올해로 제 36회를 맞은 거창국제연극제가 7월 31일 막을 올렸다. 경남 거창 수승대를 중심으로 열리는 연극제는 일반적인 공연장을 멋어나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연극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숲과 계곡, 역사적인 공간이 하나의 무대가 되는 이곳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공연단체의 작품이 펼쳐지며, 특히 국제연극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연극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연결한다. 이번 거창국제연극제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하며 객석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축제의 다양한 풍경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공연장


거북극장

거창 수승대에는 계곡에 떠 있는 바위가 거북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거북바위'가 있다. 거북극장은 바로 이 거북바위를 마주한 야외 공연장으로, 거창국제연극제의 대표 공연장이다. 올해는 개폐막을 비롯해 극단 큰들 <찔레꽃>, 극단 모시는사람들 <춘섬이의 거짓말>, 하땅세 <걸리버 여행기:줌 인 아웃>의 작품이 공연된다.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 속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거북극장만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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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ion photos ©극단 큰들<찔레꽃>
production photos ©극단 큰들<찔레꽃>


거북극장에서 관람한 극단 큰들의 〈찔레꽃〉은 "내 몸과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마당극이다. 관객 참여 요소가 곳곳에 담겨 배우와 관객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어르신 관객들의 호응이 매우 뜨거웠는데, 공연 내내 웃음과 박수가 이어지며 마당극만의 흥겨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production photos ©극단 모시는사람들 <춘섬이의 거짓말>
production photos ©극단 모시는사람들 <춘섬이의 거짓말>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춘섬이의 거짓말〉은 『홍길동전』 속 잊혀진 인물인 춘섬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익숙한 고전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노비 여성이라는 시대적 한계와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주도해 나가는 춘섬의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 단순히 희생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과 모성의 의미를 고민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고전의 빈틈을 상상력으로 채워낸 서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어우러져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으며,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즐거움을 선사한 공연이었다.



구연서원

관수루를 지나 구연서원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한옥의 풍경이 펼쳐진다. 전통 건축과 마당을 무대로 활용한 구연서원은 공연의 배경 그 자체가 되어 극의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들어냈다. 올해는 극단 아시랑나의 〈말금씨〉,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의 〈판소리 숏스토리 : 현진건편〉,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마스크 연극 〈십이야〉​가 관객들을 만난다. 특히 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극이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실내 공연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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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ion photos ©극단 아시랑 <나의 말금씨>
production photos ©극단 아시랑 <나의 말금씨>

극단 아시랑나의 〈나의 말금씨〉는 치매를 앓는 아내와 그녀를 곁에서 지키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기억은 점차 희미해지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만은 변하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화려한 연출보다 일상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풀어낸 덕분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먹먹한 감정이 이어질 만큼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세계 각국의 연극들

국제연극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올해도 세계 각국의 공연단체들이 거창을 찾았다.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며 각국의 문화와 공연예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미국 솜사탕컴퍼니의 〈수집광 팩렛〉, 인도네시아 페이퍼문 퍼펫 시어터의 〈딱정벌레 이야기〉 등 다양한 해외 초청작이 관객들을 만났다. 서로 다른 문화와 공연 양식을 담은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거창국제연극제만의 국제적인 매력을 한층 더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인 아비뇽연극제 오프닝 작품으로 초청되었던 일본 공연단체의 〈오셀로〉는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독창적인 연출과 강렬한 신체 표현으로 재해석한 이번 작품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배우들의 움직임과 음악, 무대 연출만으로도 작품의 감정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긴 박수가 이어지며 연극이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예술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production photos ©시즈오카공연예술센터 <오셀로>
production photos ©시즈오카공연예술센터 <오셀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연극. 거창국제연극제는 이 세 가지가 가장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글에는 그 즐거움과 현장의 열기를 모두 담아내지 못했지만, 오는 8월 9일까지 연극제는 이어진다. 더 많은 관객들이 경남 거창에서의 특별한 무대를 만나길 기대해 본다.


Chaewon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