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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왜 관극 문화를 문화유산으로 선정하였는가?

Soojin Lee

Soojin Lee

2026. 07. 28 18:25Views 2

문화유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고대 유적, 전통 공예, 혹은 과거로부터 소중히 보존되어 온 예술 형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독일은 문화유산이 무엇일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다른 이해를 제시한다. 독일에서 문화유산은 무대 위에서 공연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연극을 둘러싼 문화 그 자체, 즉 모여드는 사람들, 공연 후에 이어지는 대화, 그리고 공연을 통해 사회를 함께 성찰하는 경험 속에도 문화유산이 존재한다.


《더 스트라드》, "독일의 '오케스트라 풍경',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2014년 12월 16일.
《더 스트라드》, "독일의 '오케스트라 풍경',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2014년 12월 16일.


2014년, 독일은 연극 및 오케스트라 문화를 국가 무형문화유산의 일부로 공식 인정했다. 이 인정이 특별한 이유는, 독일이 특정 걸작이나 극작가, 혹은 특정 연극 양식을 문화유산의 상징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 도, 실러의 군도 도,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도 그 전통을 대표하는 것으로 내세워지지 않았다. 대신 독일이 부각한 것은 살아 있는 문화적 실천이었다. 공공 극장, 상주 앙상블, 드라마투르그, 여러 세대의 관객,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예술과 사회의 의미를 함께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전통이 바로 그것이다.


독일이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특정 연극이나 연극적 전통이 아니다. 그것은 연극을 둘러싼 생태계 전체, 즉 공연을 함께 경험하고 토론하기 위해 모이는 예술가, 오케스트라, 공연장, 그리고 관객이다. 독일이 보존하고자 한 것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아니라, 무대와 사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독일 연극 문화의 본질적인 면을 드러낸다. 독일에서 공연은 막이 내려간다고 해서 끝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연극은 관객과 예술가 사이의 대화를 통해, 공연 후의 토론을 통해, 그리고 극장을 떠난 뒤에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는 질문들을 통해 계속된다. 무대는 이야기를 전하는 장소일 뿐 아니라, 공동체가 자신들의 가치와 역사, 그리고 미래를 함께 성찰하는 공공의 공간이 된다.


이 사상의 뿌리는 연극이 시민적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던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테네에서 비극과 희극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정의, 권력, 전쟁, 그리고 인간의 책임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했다. 고대 아테네에서 '시민'의 정의는 제한적이었지만, 연극이 공공의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후 유럽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안나 로지나 데 가스크(리지에프스카) 작, 1767/1768년, 글라임하우스 할버슈타트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안나 로지나 데 가스크(리지에프스카) 작, 1767/1768년, 글라임하우스 할버슈타트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독일 지식인들은 이와 유사한 비전을 발전시켰다. 그들은 연극이 시민들이 이성과 공감, 도덕적 의식을 함양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1729–1781)으로, 그는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 문학 비평가로서 흔히 최초의 근대적 드라마투르그로 평가받는다.


함부르크 국립극장에서 레싱은 연극이 귀족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극은 시민을 교육하고 공론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그의 저작 함부르크 연극론 을 통해 그는 연극이 어떻게 인간의 경험을 표현하고 관객의 사려 깊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그의 사상은 연극을 무대와 사회 사이의 대화로 이해하는 전통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저, 《함부르크 연극론》(1769)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저, 《함부르크 연극론》(1769)


드라마투르그라는 직업의 등장은 이러한 신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드라마투르그는 단순히 대본을 편집하거나 역사적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다. 독일어권 연극에서 드라마투르그는 흔히 예술적 창작과 사회적 성찰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들은 역사적 맥락을 연구하고, 작품의 주제를 검토하며, 연출가 및 극작가와 협력하고, 공연이 동시대 관객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는지를 묻는다. 그들의 작업은 연극이 결코 주변 세계와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이 전통은 오늘날 독일의 공공 극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공연이 민주주의, 이주, 기후 변화, 불평등, 역사적 기억 등 동시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극장들은 관객이 단순히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토론, 교육 프로그램, 지역 사회 프로젝트를 자주 기획한다.


최근의 사례로는 베를린 도이체스 테아터에서 공연된 다스 디너 Das Dinner 를 들 수 있다.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 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가족 모임을 도덕, 책임, 사회적 특권에 관한 더 넓은 논의의 장으로 변모시킨다. 단순한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 이 연극은 관객을 불편한 자리에 세운다. 개인적 충성심이 윤리적 책임과 충돌할 때 자신이라면 어떻게 반응할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극장은 사적인 딜레마가 공적인 대화로 확장되는 공간이 된다.


《다스 디너》, 도이체스 테아터 베를린, 2024 © 토마스 아우린
《다스 디너》, 도이체스 테아터 베를린, 2024 © 토마스 아우린


이것이 독일 연극 전통의 본질이다. 그 가치는 유명한 극작가나 화려한 공연, 혹은 유서 깊은 공연장에만 있지 않다. 더 깊은 의미는 연극과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있다. 여러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만나고, 낯선 시각과 마주하며, 더 넓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질문들을 함께 논의한다.


독일이 자국의 관극 문화를 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은, 문화란 과거로부터 물려받는 것만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문화는 우리가 함께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극장에 모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연이 끝난 뒤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그들은 공연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오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Soo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