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Db Logo

International Theatre Database

HereWeAre Theatre Club

달의 질서는 어떻게 소리가 되는가 -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개막 퍼포먼스 리뷰

Heeyoung Yoo

Heeyoung Yoo

2026. 07. 24 13:15Views 9

〈굉 : Cosmic Human Symphony〉와 〈삭, 망 02 – deathofDavid〉



2026년 백남준 20주기를 기점으로 처음 열린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은 그의 예술정신을 과거의 유산으로 보존하는 대신 현재형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표방한다. 예술과 기술, 인간과 자연,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며 미래 문화를 실험하는 이 페스티벌의 시작은 두 편의 퍼포먼스였다. 하나는 우주의 질서를 음악으로 구축했고, 다른 하나는 그 질서를 다시 해체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했지만 두 공연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감각을 남겼다. '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제 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 포스터©백남준 아트센터
제 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 포스터©백남준 아트센터


먼저 임용주 퓨처사운드랩의 〈굉 : Cosmic Human Symphony〉는 전통음악의 철학을 현대 전자음향과 결합해 음양, 오행, 절기와 같은 동양적 우주관을 소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공연은 율(律), 속(俗), 정(停), 례(禮), 합(合)의 다섯 장으로 구성되었지만, 실제 관람에서는 장의 경계가 선명하게 구분되기보다는 하나의 긴 흐름처럼 이어졌다. 이는 의도된 연속성으로도 읽힐 수 있지만, 각 장이 가진 개별적인 성격이 조금 더 드러났다면 작품의 구조가 더욱 선명하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럼에도 공연이 만들어낸 사운드는 충분히 새로웠다. SF 영화의 배경음처럼 펼쳐지는 전자음 위로 대금과 장구, 가야금, 태평소 등 전통악기의 소리가 하나씩 얹히며 전혀 낯설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냈다. 전통이 전자음악에 흡수되는 것도, 전자음악이 전통을 소비하는 것도 아니었다. 두 세계는 서로의 결을 유지한 채 하나의 새로운 음향을 완성했다. 과거와 미래를 병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시키려는 시도가 자연스럽게 들렸다는 점에서 작품은 '퓨처 사운드'라는 이름을 설득력 있게 증명했다.

무대 또한 인상적이었다. 악기를 제외하면 거의 유일한 오브제였던 두 개의 달 형상은 공연 초반에는 단순한 흰 조형물처럼 존재한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조명이 더해지며 소리의 흐름에 맞춰 조금씩 색을 바꾸기 시작한다. 화려한 장치가 아님에도 오히려 절제되어 있었기에 사운드와 더욱 자연스럽게 호흡했다.


다만 이번 개막공연의 공간은 작품이 가진 무대미학을 온전히 드러내기에는 다소 아쉬웠다. 공연은 백남준아트센터 1층 로비에서 진행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개방성을 얻었지만, 동시에 작품 특유의 몰입감을 끝까지 끌어올리기에는 한계도 있었다. 특히 퍼포먼스 내내 시선을 붙들었던 두 개의 달 오브제는 암전된 극장 안에서 조명과 함께 훨씬 극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장치다. 실제로 올해 CKL스테이지 공연 사진을 보면 어둠 속에 떠 있는 달의 형상은 우주적 분위기를 한층 선명하게 완성한다. 이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 개막 퍼포먼스라는 열린 환경에서 비롯된 차이에 가깝다. 오히려 이번 퍼포먼스는 로비라는 공간 덕분에 더 많은 관객과 만나며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작품을 처음 만난 관객으로서는, 언젠가 극장이라는 환경에서 조명과 음향이 만들어내는 '울릴 굉'의 세계를 온전히 다시 경험해 보고 싶다는 기대를 남겼다.


Photo ©eurasianlynx25
Photo ©eurasianlynx25


이어진 <삭, 망 02 – deathofDavid>는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는다. 전시 《달들》의 연계작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전시장 동선 속에서 갑작스럽게 관객을 맞이한다. 고요한 공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붉은 미디어아트와 그 앞에 놓인 장비들, 그리고 퍼포머의 실루엣만으로도 공간은 이미 전시장이 아니라 불시착한 하나의 행성처럼 변해 있었다.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화면은 끊임없이 진동했다. 빛에서 시작한 이미지는 어느 순간 행성과 달을 닮았다가, 다시 다비드상의 형체를 드러내고, 이내 세포처럼 분열하며 다시 빛으로 흩어진다. 이미지들은 분명한 형상을 보여주다가도 곧바로 해체되고, 다시 생성되기를 반복한다. 그 모호함은 오히려 작품이 이야기하는 달의 순환성과 잘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지배한 것은 소리였다. 공식 안내에서도 고출력 전자음에 대한 안내가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사운드는 예상보다 훨씬 강렬했다. 날카로운 노이즈는 귀를 울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바닥을 통해 몸 전체로 전달되었다. 바닥에 앉아 공연을 감상하는 동안 진동은 청각보다 먼저 신체에 도착했고,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우주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이런 감각이지 않을까.'


실제로 우주에는 우리가 아는 방식의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퍼포먼스는 과학적 재현이 아니라 감각적 상상을 선택한다. 귀를 찌르는 노이즈와 진동하는 영상은 관객을 우주를 바라보는 사람에서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몸으로 이동시킨다. 작품이 제시하는 '달'은 더 이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통과하는 감각이 된다. 이 경험은 작품의 제목인 '삭'과 '망'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달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이 퍼포먼스 역시 단 하루, 단 한 번의 공연으로 존재한 뒤 사라졌다. 공연 형식 자체가 달의 주기를 닮아 있었기에 전시 《달들》의 시작을 알리는 방식으로도 매우 유기적으로 기능했다. 전시의 주제, 퍼포먼스의 기획 의도, 진동하며 해체되는 영상과 사운드가 하나의 감각으로 수렴되면서 '달을 느낀다'는 경험을 관객에게 남긴다.


Photo ©eurasianlynx25
Photo ©eurasianlynx25


공연을 모두 관람한 뒤 이어서 전시 《달들》과 《별, 괘卦》를 둘러보며 개막 퍼포먼스가 단순한 축하 공연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느꼈다. 두 퍼포먼스는 전시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전시를 감각하는 방식을 미리 몸에 새겨 넣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이미 귀와 몸이 먼저 '백남준의 행성'을 경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백남준은 기술과 예술을 통해 미래를 이야기했지만, 그 미래는 언제나 인간의 감각을 향하고 있었다.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의 개막공연 역시 기술을 보여주기보다 감각을 흔드는 데 집중했다. 공연이 끝난 뒤 기억에 남은 것은 특정 장면이나 멜로디가 아니었다. 오히려 몸을 통과했던 진동, 소리흐름을 따라 점차 색을 바꾸던 달, 그리고 한순간 생성되었다가 소멸하는 우주의 감각이었다.



"예술은 무엇일까요? 달인가요? 아니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까요?

빙엄턴의 편지, 백남준, 1972년 1월 8일




Heeyoung 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