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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예술을 무대 위의 현장으로: 예술가 뮤지컬 입문서

nnyoung

nnyoung

2026. 08. 26 10:18Views 5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를 유지하며 감동을 주는 클래식.


과거의 예술이 무대 위로 올랐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시간 속에 흘러가는 아름다움을 눈 앞에 재현하며 그들의 삶을 조망하는 예술가 뮤지컬에 대해 알아보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의 일생을 그림을 조명, 영상 연출로 재현해낸 뮤지컬이다. 2014년 초연 공연부터 2024년 6연 공연, 그리고 지방 공연까지 다양한 곳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동생인 테오 반 고흐가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는 내용으로 시작하며, 동생인 테오가 보낸 편지, 빈센트가 보낸 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고흐의 일생을 하나씩 되짚어간다.

고흐가 화가가 된 순간, 가족과의 불화, 그림을 가장 열심히 그렸던 순간들, 점점 미쳐가는 시간들, 생의 마지막 순간. 그리고 그 모든 순간 뒤에서 함께한 동생 테오의 이야기를 하나씩 장면을 넘겨가듯 보여주는 것이다.


극의 시작과 끝에는 빈센트가 보내는 편지의 내용이 리프라이즈 넘버로 반복되어 나온다. 같은 내용이지만, 고흐의 삶을 직접 본 후 그 감상은 확연히 달라진다.

초반에 흥겹게 느껴졌던 흥겨운 멜로디는 눈물로 뒤바뀌어 돌아오기도 한다.


기본 무대는 흰 벽으로 단순하게 구성된 반면, 그 벽과 바닥 위에 3D 영상 기술을 통해 입체적인 효과와 그림들 속의 실제 장면들을 그려낸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인 공연이다.

'감자 먹는 사람들', '해바라기', 초상화, '아몬드 나무',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가 나는 밀밭' 등, 수없이 많은 고흐의 명작들을 무대의 배경으로 온전히 재현해내어,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서정적인 넘버로 고흐의 작품이 주는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며 110분의 시간 동안 그의 삶에 빠져들게 한다.



사람들은 날 미친 놈이라 기억하겠지만, 아무래도 좋아. 그림은 남을 거야.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M16 가사 중)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스페셜커튼콜, Photo by nnyoung (241124)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스페셜커튼콜, Photo by nnyoung (241124)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이다. 2016년 초연 공연을 시작으로 작년 말 6연 공연을 마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뛰어난 실력으로 촉망받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1번의 처참한 실패 이후 은둔 생활을 하게 되어, 그의 형의 부탁으로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가 찾아와 치료하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달 박사는 라흐마니노프의 트라우마를 찾기 위해 그의 과거 기억을 하나씩 되짚어 간다.

처음에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라흐마니노프는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고, 자신을 붙잡고 있는 과거의 기억으로 한 발자국씩 걸어들어간다.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을 쓴 이유, 교향곡에 매달리며 무너진 이유, 과거의 아픔, 그리고 다시 일어나 새로운 곡을 쓸 때까지의 이야기를 함께 느껴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위로를 느끼며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받을 수 있다.


이 극은 실화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각색하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등의 멜로디를 차용하여 넘버를 구성하였다.

공연 커튼콜까지 모두 종료된 후,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해당 곡을 짧게 연주해주기도 한다.

이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라흐마니노프를 당시 큰 성공으로 이끌어주기도 한 곡이며, 실제로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을 다시 일어나게 해준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헌정한 곡 으로 알려져 있어 그 감동을 더한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익히 들어본 관객이라면 뮤지컬을 보는 중 넘버에서 익숙함을 꽤 자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뮤지컬을 본 후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러 가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올해 지방공연을 몇 번 더 남겨두고 있고, 라흐마니노프 오케스트라 공연 또한 여러 공연장에서 연주되고 있으니 함께 찾아보는 것 또한 추천한다.



당신은 이미 사랑받는 사람입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대사 중)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커튼콜, Photo by nnyoung (251207 6PM)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커튼콜, Photo by nnyoung (251207 6PM)




뮤지컬 <라흐헤스트>

한국의 예술가에 대한 작품 소개도 빼놓을 수 없다. 소개할 마지막 작품, 뮤지컬 <라흐헤스트>는 일제강점기 시인 이상, 추상미술 화가 김환기,

그리고 이들의 생에 함께한 김향안(변동림) 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김향안으로의 장면에서 생의 마지막을 앞둔 노인의 시점으로, 변동림으로의 장면에서 처음 길을 떠난 청년의 시점으로 생의 순간들과 함께한 예술들과 그 이야기를 보여주며 하나의 지점으로 점점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녀의 일생에 함께한 시인 이상 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문학인이었으며 초현실주의적 작품활동을 펼쳤다.

이상의 작품 '이상한 가역반응', '날개', '종생기' 등을 가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사각형과 사각형이 겹쳐 펼쳐지는 조명으로 그의 또다른 작품인 '건축무한육면각체'를 표현하기도 한다.


시인 이상이 떠나간 이후, 나중의 삶을 함께한 화가 김환기 는 대한민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다.

그녀와 처음 만난 시점부터, 파리로 가 작품활동을 펼치고 마지막으로 생을 마치기까지 그가 만들어온 예술작품들이 영상과 조명을 통해 표현된다.

점, 선으로 나타난 미술의 형태는 조명이 점, 선으로 번져가며 보여지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등의 대표 작품들이 영상, 그리고 넘버 가사를 통해 제시되기도 한다.


극 중 김향안은 과거의 아픈 선택들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예술로 만들었음을 깨닫는다. 함께한 이들이 모두 떠나가고, '사람이 가도 남는 건 무엇일지' 고민하던 그녀는 점점 자신만의 답을 찾아간다.

아파하는 과거의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며, 동시에 자신의 길을 걸어갈 나를 믿는 그녀를 통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 보는 이들에게 또한 위로를 건넨다.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아 (Les gens partent, mais l'art reste) (뮤지컬 <라흐헤스트> M21 가사 중)


뮤지컬 <라흐헤스트> 커튼콜, Photo by nnyoung(250608)
뮤지컬 <라흐헤스트> 커튼콜, Photo by nnyoung(250608)




현재 공연 중인 작품 에서 그 시작을 해보아도 좋을 듯 하다.


현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렸던 니콜로 파가니니 의 비춰지지 않은 생애를 다룬다. 몰아치는 무대 전환과 조명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실제 바이올리니스트의 바이올린 연주가 인상적인 공연이다.


또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베토벤> 또한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작곡가 베토벤 의 일생을 내용으로 다룬다.


마지막으로 현재 예스24아트원 2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의 음악에 대한 고뇌와 현실을 내적 소리인 '슘'이라는 캐릭터로 표현하며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해낸다. <니진스키> - <디아길레프>를 이어 러시아 발레단 '발레뤼스'를 다루고 있는 쇼플레이 인물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이기도 하다.

뮤지컬 <파가니니> 커튼콜, Photo by nnyoung (260628 6PM)
뮤지컬 <파가니니> 커튼콜, Photo by nnyoung (260628 6PM)
뮤지컬 <베토벤> 포스터, @EMK musical company
뮤지컬 <베토벤> 포스터, @EMK musical company
뮤지컬 <스트라빈스키> 무대사진, @showplay ent.
뮤지컬 <스트라빈스키> 무대사진, @showplay ent.



음악가의 경우 실제 그 예술가가 작곡한 음악을 뮤지컬 넘버로 차용하고, 화가의 경우 그 그림을 조명의 장치를 통해 무대로 쏘아올리며

실존했던 예술을 현재의 무대 위로 재현한다.

공연을 관람한 후 미술관, 오케스트라 공연 등 실제 그 예술을 찾아가보는 것 또한 좋은 활동이 될 것이다.


단순한 예술의 재현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에서 드러나고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하나의 완성된 극으로 펼친다는 점이 예술가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름답고 찬란하게 비추어진 겉 이미지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았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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