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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One Mourns the Wicked”, <위키드>의 시작이 특별한 이유

Sangha Park

Sangha Park

2026. 07. 13 15:35Views 4

비장한 음악이 흐르고, 오즈 시민들이 마녀가 죽었다며 환호한다. 뮤지컬 〈위키드〉의 오프닝 넘버, "No One Mourns the Wicked" 장면이다. 결말부터 보여주는 듯한 이 넘버는, 진짜 결말을 아는 이들에게는 다르게 들린다. 극 전체가 던지는 질문이 여기에 가장 압축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넘버가 특별한 이유를 조금 더 들여다보았다.


극적 구조: 오프닝이 곧 결말의 암시

〈위키드〉의 플롯은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 스토리에서 출발한다. 사악한 서쪽 마녀가 토네이도로 오즈에 도착한 소녀가 뿌린 물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 이미 아는 이야기지만, 무대 위 앙상블들의 노래로 전해 듣는 죽음은 낯설게 다가온다. 기뻐하며 환호하고 춤추는 모습에는 어딘가 섬뜩한 구석이 있다.

오프닝에서 결말부를 먼저 보여주고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은 다른 뮤지컬에도 흔하다. 하지만 〈위키드〉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엘파바의 죽음이라는 결말이 보이는 듯하지만, 사실 이 결말은 엘파바의 시선이 아니다. 진실은 아직 감춰져 있다. 관객은 그 진실을 찾아가면서 "그녀는 왜 악인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게 된다.


©Joan Marcus
©Joan Marcus


앙상블의 웅장한 음악: 축제 아래 숨은 불안

막이 오르면 오즈 시민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며 쏟아져 나온다. 첫 장면부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등장해 객석을 압도하는 건 대극장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점이다.

그런데 눈으로 보는 축제와 귀로 듣는 감각은 어긋난다. 화려한 버블 머신과 조명 아래 깔리는 음악을 잘 들어보면, 밝고 신나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붕 뜬 느낌이 든다.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가 밝은 화음 두 개를 겹쳐 쌓은 결과로 보인다. 하나하나는 경쾌한 소리인데, 겹쳐지는 순간 신나면서도 살짝 섬뜩한 감각이 만들어진다. 이 오프닝의 멜로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입부 모티브는 2막 후반, 엘파바가 "Fiyero"를 두 번째로 부르는 대목의 〈No Good Deed〉와, 사랑을 노래하는 〈As Long As You're Mine〉의 도입부에도 다시 등장한다. 오프닝의 환호 속에 이미 엘파바의 이후 서사가 음악적으로 예고돼 있는 셈이다.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Wicked!"를 외치는 순간에는 오케스트라 저음부에서 해소되지 않는 음이 울린다. 겉으로는 "정의가 이겼다"는 확신처럼 들리지만, 그 확신들이 한데 뭉치는 순간 집단적인 광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관객의 머리는 축제에 취해도, 몸은 이미 그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 앙상블의 역할을 잘 들여다보면 이 장면의 메시지가 보인다. "사악한 마녀가 죽었다"는 말은 이름조차 불리지 못하는 엘파바의 처지를 보여주고, 배경 설명처럼 들리는 말들은 사실상 낙인찍기에 가깝다. 같은 가사가 반복되고 변주되는 구조 자체도 메시지다. 사람은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으면 그걸 진실이라고 믿게 되기 마련이니까.

이 구조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은 글린다의 대사 "And of course, from the moment she was born, she was — well — different(태어나던 순간부터 그녀는, 그러니까, 남달랐어요)"다. 글린다가 이 말을 꺼내자마자, 시민 전체가 "GREEN!(초록색!)"이라며 기겁하듯 외친다. 태어나자마자 공동체가 한 아이를 "남과 다른 아이"로 규정하는 건 글린다 한 사람이지만, 그 낙인을 완성해 다 함께 외치는 건 시민 전체다. 결국 초록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따라다닐 낙인이 여기서 시작된다. 이 도입부 대사를 하는 사람이 훗날 그녀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글린다 자신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Joan Marcus
©Joan Marcus


언어유희: 가사에 숨은 반전

이 넘버에는 곱씹을 만한 말장난이 몇 군데 있다.

오프닝의 첫 대사이자 첫 가사는 "Good news!"다. 겉으로는 그저 "좋은 소식이에요!"라는 뜻이지만, 이 작품에서 'Good'은 단순한 형용사가 아니다. 글린다는 극이 진행되며 '착한 마녀(Glinda the Good)'라는 이름을 얻는다. 그 'Good'이라는 단어가 극에서 가장 먼저 알리는 소식이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선함과 죽음이 첫 단어부터 부딪힌다.

제목이자 후렴구인 "No One Mourns the Wicked"도 반전을 품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악한 자를 애도하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지만, 쉼표 하나만 옮기면 "No, One Mourns the Wicked", 즉 "한 사람만은 사악한 자를 애도한다"로도 읽힌다. 관객이 훗날 알게 될 인물을 미리 가리키는 우연으로 보기엔 잘 맞아떨어진다.

"Woe to those who spurn what goodness they are shown(주어진 선함을 걷어차는 자에게 화가 있으리)"이라는 가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spurn'은 단순히 거부한다는 뜻이 아니라 경멸하며 걷어찬다는 더 강한 뉘앙스를 가진 단어다. 엘파바가 선함을 거부한 걸까, 아니면 선함이 먼저 그녀를 거부한 걸까. 바로 앞 소절에서 시민들은 "Goodness knows / the Wicked die alone(선함은 안다, 악인은 홀로 죽는다는 것을)"이라고도 노래한다. '선함'이 문장의 주어가 되어 악인의 죽음을 판정하는 셈이다. 선함이 먼저 고립을 만들어놓고, 그 고립을 두고 "악인이니 당연하다"고 규정한다. 이 두 줄에 이 작품의 구조가 그대로 요약돼 있다.

넘버 중간에 나오는 대사 "Are people born wicked, or do they have wickedness thrust upon them?(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악함을 떠안게 되는가?)"은 넘버 전체가 던지는 질문을 그대로 요약한다. 이 질문을 오프닝에서 먼저 던져놓고, 극은 남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묻는다.


©Joan Marcus
©Joan Marcus


글린다의 표정: 선(善)의 거짓말

시민들이 함께 환호할 때, 글린다는 버블 머신 위에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다. 군중이 원하는 '착한 마녀'의 가면을 쓰고, 자신은 엘파바와 그저 스쳐 지나간 사이일 뿐이라며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거짓말을 한다.

여기서 이 극의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세상의 모든 선함을 대변한다는 존재가, 대중 앞에 서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기만과 선동이라는 점이다. 그녀는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행복한 척 연기하지만, 그 상냥함과 미소 뒤에는 불안과 죄책감이 있다. 엘파바를 '악인'으로 낙인찍은 권력의 서사에 자신도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이다.

이 장면의 연기 포인트는 '웃어야 할 타이밍에 웃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웃는 와중에 미세하게 무너지는 순간들'에 있다.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다가도, 엘파바와의 우정을 떠올릴 때면 미소 짓던 입꼬리가 살짝 떨리고 눈빛이 흔들린다. 군중이 떠받드는 '착함'이 얼마나 공허하고 위선적인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대사로는 대중이 듣고 싶은 말만 하면서, 표정으로만 다른 감정을 흘려보내는 이 오프닝에는, 엘파바와 피에르를 모두 잃고 홀로 남은 글린다의 처지도 함께 담겨 있다.


우리에게 남는 것

"No One Mourns the Wicked"는 뮤지컬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 중 하나로 꼽힌다. 가사에 숨은 반전, 코러스가 반복하는 구조, 상냥해 보이지만 속내를 숨긴 글린다, 그리고 축제 아래 깔린 음악의 불안까지 한데 얽혀 있다. 시민들이 엘파바의 죽음을 기뻐하는 이 장면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만들어진 이야기 안에 갇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처음 볼 때는 관객도 자연스럽게 그 환호에 발을 맞추게 되지만, 극이 끝난 뒤 다시 이 오프닝을 떠올리면 감정이 다르게 다가온다.

축제 아래 깔린 불안한 저음, 상냥한 미소 뒤의 균열. 오프닝이 끝날 즈음 관객은 어느새 앞으로 펼쳐질 질문 앞에 서 있다. 선과 악을 가르는 건 누구인가. 다수가 함께 외치면 그것이 곧 진실이 되는가. 외면당한 사람은 정말로 악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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