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Db Logo

International Theatre Database

HereWeAre Theatre Club

국경을 넘나드는 '공연 덕후'들의 수다 – 히어위아 씨어터 클럽(HTC)을 만나다

Yeri Kim

Yeri Kim

2026. 07. 09 20:06Views 13

누군가에게 공연은 가벼운 여가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선뜻 비행기 표를 끊게 만들고 낯선 도시의 밤거리를 헤매게 만드는 강력한 마법이다.

전 세계 각지에서 오직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뭉친 사람들이 있다. 글로벌 공연 커뮤니티 ‘히어위아 씨어터 클럽(이하 HTC)’의 멤버들이다.

시차와 거리는 달라도, 무대가 주는 벅찬 감동을 아카이빙하는 이들의 만남에 슬쩍 귀를 기울여 보았다.

네덜란드와 뉴욕 등 세계 곳곳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관극 지도를 열정적으로 그려가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네덜란드의 서영: "짐은 가볍게, 열정은 무겁게"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네덜란드에서 유학 중인 학생 서영님이다.

연극과 발레에 푹 빠져 있다는 그녀의 입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덕후 모먼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벼운 짐을 챙겨 훌쩍 국경을 넘는 진정한 '프로 관극러'의 아우라가 물씬 풍겼다.

네덜란드 극장 내부 (사진: 본인 제공)
네덜란드 극장 내부 (사진: 본인 제공)


Q. 타지에서의 관극, 한국의 공연장과는 어떤 점이 제일 다르던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인터미션 때 취식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이외에도 관람객 연령층이 꽤 높다는 것,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공연 기간이 굉장히 길다는 점도 많이 달라요.”


Q. 그런 유럽 극장만의 매력 속에서도 한국의 관극 문화가 고플 때가 있나요? 

A. “아무래도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과 온오프라인에서 같이 후기를 공유하며 수다 떨던 문화가 가장 그리웠어요.”

공연 시작 전, 극장 앞에 모인 관객들. (사진: 서영 제공)
공연 시작 전, 극장 앞에 모인 관객들. (사진: 서영 제공)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일까, 그녀의 관극 열정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런던에는 <워호스>를, 비엔나에는 이번 달이 폐막인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며 쿨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한국에 연극 <마우스피스>를 보러 단 5일간 짧게 귀국한 적도 있고, 한국에 있을 때는 하루에 무려 4개의 공연을 보거나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관극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유럽에 거주하는 덕분에 뮤지컬이 유명한 도시로 짧게 여행 가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돈과 시간을 들여 다른 걸 포기하고 공연을 보는" 지극한 사랑이 그 원동력이라고 고백했다.

웨스트엔드 극장가 (사진: 서영 제공)
웨스트엔드 극장가 (사진: 서영 제공)


Q. 그런 서영 님에게 HTC 활동은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나요? 

A. “예전엔 귀찮아서 ‘플앱’이라는 어플에 포스터 사진 정도만 남겼거든요. 나중에 지나고 나니 후회가 많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히어위아 앱을 시작하고부터는 영상이나 짧은 감상이라도 꼭 남기게 되었어요. 안 쓰면 왠지 아쉬워서 몇 마디라도 꼭 남기게 되더라고요. 한 번은 제 부족한 글이 제작사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업로드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친구들이 연락을 주기도 했어요. 누군가는 내 글을 통해 이 공연에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무척 뿌듯했습니다.”


💡 나에게 히어위아(HTC)란? "공연 기록 어플이자 일석이조!" 

아직은 저만의 훌륭한 공연 기록용으로 쓰고 있지만, 추후에는 다른 관객들과 더 깊은 후기를 나누고 마음이 맞는 공연 메이트도 찾을 수 있는 활기찬 어플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2. 네덜란드의 윤두잇: “휴가를 통째로 무대에 바치다"

두 번째로 이야기를 나눌 주인공은 첫 번째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에서 지내고 있는 윤두잇(닉네임)님이다.

농업을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파인날트(Fijnaart)'라는 시골 동네에 정착했다는 그녀는, 본업과는 거리가 먼 극장을 틈틈이 찾으며 타지에서의 일상에 낯선 영감을 수확하고 있다.

네덜란드 파인날트 전경 (사진: 윤두잇 제공)
네덜란드 파인날트 전경 (사진: 윤두잇 제공)


Q. 현지 극장을 자주 찾으시는데, 한국의 극장과는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A. “무대 분위기나 꾸밈, 복장, 연기 스타일 등 여러모로 관찰하는 재미가 있어요.

무엇보다 네덜란드 특유의 ‘자유롭고 오픈된’ 분위기가 공연에서도 묻어나요. 배우들이 한결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추는 느낌이랄까요?

암스테르담의 ‘로얄 시어터 카레(Royal Theater Carré)’에서 본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제 최애 공연인데,

당시 무대의 깊은 분위기와 디테일에 완전히 압도당했어요. 게다가 한국보다 티켓팅 경쟁이 덜하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죠.”

<하데스타운> 포스터가 걸린 카레 극장 외관 (사진: 윤두잇 제공)
<하데스타운> 포스터가 걸린 카레 극장 외관 (사진: 윤두잇 제공)


Q. 그럼에도 한국의 공연이 몹시 고픈 순간이 있었을 텐데요. 그 열정을 보여주는 엄청난 '덕후 모먼트'가 있다고요. 

A. “이곳에서는 종종 네덜란드어로 공연이 진행되다 보니 100%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 한국어로 온전히 즐기던 공연이 몹시 그리워요.

그래서 한국으로 2주간 휴가를 갔을 때, 그 귀한 일정 속에서 하루를 통째로 한국 뮤지컬 관람에 소진했답니다.

해외 거주자에게 고국의 2주 휴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법인데, 그럼에도 무대는 절대 포기할 수 없더라고요. (웃음)”


Q. 종이 티켓이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 속에서, 윤선 님만의 기록 방식에 HTC가 꽤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요. 

A. “맞아요. 예전엔 다이어리에 종이 티켓을 꼭 붙여 기록하곤 했는데, 요즘은 거의 다 e-티켓으로 바뀌어서 많이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히어위아 활동을 하면서 공연의 느낀 점과 하이라이트를 사진과 함께 남기니,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어 몹시 즐겁습니다.

저에게 히어위아는 말 그대로 ‘여기야!’라는 뜻이에요. 접속만 하면 제가 좋아하는 공연 소식과 아티스트 정보가 모두 모여 있으니까요.”

<하데스타운> 실물 티켓. (사진: 윤두잇 제공)
<하데스타운> 실물 티켓. (사진: 윤두잇 제공)


💡 나에게 히어위아(HTC)란? "말 그대로 '여기야!'" 

어플에 접속만 하면 제가 관심 있는 공연에 대해 공유할 수 있고, 관련 아티스트나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공연들을 모두 찾아볼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3. 뉴욕의 한린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 밤에는 무대를 꿈꾸는 낭만러"

마지막 주인공은 미국 뉴욕·뉴저지에 거주하는 3년 차 직장인 한린다(슈) 님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무대를 사랑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접어두었던 꿈을, 뮤지컬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다시 꽃피우고 있는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사람이었다.


Q. '무대를 꿈꾸는 직장인'이라는 소개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낭만을 좇는 삶이라니!

A. “직장인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삶이 단조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지금 뉴욕에 있는데, 한 번쯤은 도전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연기 수업과 보컬 레슨을 시작했죠. 시간에 쫓기긴 하지만 새로운 걸 배우는 과정이 정말 행복해요.

낮에는 직장인으로 일하고, 밤에는 브로드웨이든 영화든 언젠가 무대 위에서 관객과 만나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로필 사진 촬영 현장 (사진: 한린다 제공)
프로필 사진 촬영 현장 (사진: 한린다 제공)
연습실 (사진: 한린다 제공)
연습실 (사진: 한린다 제공)


Q. 미국 공연장만의 자유로운 분위기도 즐기고 계신다고요. 한국의 공연 중 특별히 그리운 작품이 있나요? 

A. “직접 관람해 본 적은 없지만, 유튜브 쇼츠나 후기 글을 보면 한국 창작 뮤지컬이 정말 보고 싶어져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정택운 배우님의 작품을 볼 수 없을 때는 아쉬움이 큽니다.”

<하데스타운> 플레이빌 (사진: 한린다 제공)
<하데스타운> 플레이빌 (사진: 한린다 제공)


그녀는 자신이 밤에 혼자 다니는 걸 무서워함에도 불구하고, 짧았던 런던 여행 당시 웨스트엔드 공연이 너무 보고 싶어 덜덜 떨며 공연장을 찾아갔던 에피소드를 자신의 최고 '덕후 모먼트'로 꼽았다.

그토록 애정 어린 시선으로 공연을 보는 그녀는 기록 방식도 남다르다.

공연 직후 핸드폰 메모장에 빽빽이 느낌을 적고, 집에 돌아와 아날로그 저널에 다시 정리하던 그녀는, HTC 활동을 통해 다채로운 사람들의 시각을 디지털로 함께 접하며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Q. 브로드웨이에 계신 만큼 관객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A. “제가 진성 해리포터 팬이라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를 꼭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원작 영화의 말포이 역이었던 톰 펠튼 배우가 무대에 오르고 있어서 해리포터 팬이라면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대형 작품들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보석 같은 오프브로드웨이 연극들에도 꼭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 나에게 히어위아(HTC)란? "즐거운 배움이자 알아가는 기쁨" 

같은 취미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다양한 시각을 한곳에서 접할 수 있어요. 단순히 활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즐기고 배우며 시야를 넓혀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 에필로그: 찰나의 기록으로 연결된 우리

공연은 막이 내리면 사라지지만, 무대를 향한 애정 어린 기록은 오래도록 남는다.

순간의 예술을 기꺼이 활자와 사진, 영상으로 붙잡아 두는 사람들은 '히어위아(HereWeAre)'에서 서로를 발견한다.

이들에게 히어위아 씨어터 클럽(HTC)은 단순한 기록 어플을 넘어, 시차와 국경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무대를 이어주는 공간이다.


흩어질 찰나의 감동을 부지런히 모아두는 이들의 기록은 물리적인 극장의 문턱을 넘어, 만남과 창작이 계속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간다.

다름을 나누며 시야를 넓혀가는 이 다채로운 관객들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들여 무대를 기억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 안의 극장은 언제나 꺼지지 않는 밝은 불을 켜고 있을 것이다.


Yeri Kim

국경을 넘나드는 '공연 덕후'들의 수다 – 히어위아 씨어터 클럽(HTC)을 만나다 | IT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