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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버티는 당신에게" _ 뮤지컬 <더 라스트맨> 입문서

Yubin Yoon

Yubin Yoon

2026. 07. 10 17:06Views 11
@<더 라스트맨> 포스터 사진
@<더 라스트맨> 포스터 사진


방공호 문 앞에서 서성이는 당신에게,


얼마 전 홍나현 배우님 회차로 뮤지컬 <더 라스트맨>을 관극했다. 좀비로 인한 무거운 소재에 트리거 워닝이 있다고 해서 사실 겁을 먹었다. 그런데 관극을 하고 보니, 마음에 남은 건 공포가 아니라 따뜻한 위로였다. 그래서 이 작품을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작은 방공호 안의 이야기가 왜 위로로 다가 오는지 이야기해보고 싶다.


공연전 캐스팅 보드 , Photo by @biniibee(본인)
공연전 캐스팅 보드 , Photo by @biniibee(본인)


살고 싶다면 달려야 해, 죽기 싫다면 뛰어야 해

<더 라스트맨>은 좀비 바이러스로 인류가 사라진 뒤, 지하 방공호 B-103에 홀로 남겨진 생존자의 마지막 이야기를 그린 1인극 뮤지컬이다.

무대 위엔 배우 단 한명, 그리고 존자가 손수 만든 반려 친구 인형 '존버'뿐이다.

생존자는 생존일지 처럼 셀프캠으로 관객에게 말을 건네며 생존을 이어간다.

그 침묵에 가까운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생존자가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서울예술단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웹뮤지컬로 시작해 2021년 초연을 올리며, 지금은 여러 해외에서도 공연중이다.


무대사진 , Photo by @biniibee(본인) _ 스페셜 커튼콜로 무대 촬영 가능
무대사진 , Photo by @biniibee(본인) _ 스페셜 커튼콜로 무대 촬영 가능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사실 좀비 아포칼립스물의 탈을 쓴 고독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사회의 '고립'이라는 감정이다. 생존자를 가장 아프게 하는건 그 누구도 자신을 궁금해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이 공감이 많이 갔던건, 그게 낯선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청년 고독사라는 말이 더 이상 뉴스 속 단어가 아니게 된 지금,

혼자 방에서 셀프캠을 켜고 오늘 하루를 기록하며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리는 그 마음은 2030세대에게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더 라스트맨은 먼 미래의 재난극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각자의 방공호 이야기 처럼 조용히 스며드는것 아닐까.


같은 이야기, 다른 생존 _ "살고싶어, 아직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

이 작품은 관극 후 해석과 존자의 생존방식이 배우마다 모두 다르다는 점이 인상깊다.

생존자라는 인물이 처음부터 고정되어있지 않다. 나이도, 태어난 곳도, 살아온 시간도 배우에 따라 전부 다르게 해석된다.

그래서 같은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넘버라도 각자 다른 이야기로 그 순간을 채운다.

곁을 지키는 생존자의 친구 '존버'의 생김새마저 배우마다 다르게 태어나고, 마지막 순간 방공호 문을 열고 나가는지, 아니면 처음 들어왔던 자리로 되돌아가는지도 배우의 몫으로 남는다.

그래서 관극 후 극장을 나서면서도 관객의 해석에 각자 다른 결말을 품고 돌아서게 된다.

같은 무대, 같은 방공호인데도 캐스팅이 바뀌는 순간 사실상 다른 사람의 다른 생을 마주하게 되고,

그래서 한 번 본 사람도 자꾸만 다시 그 문 앞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스페셜 커튼콜, Photo by @홍나현배우님 팬계정 제공
스페셜 커튼콜, Photo by @홍나현배우님 팬계정 제공


난 사랑 받기에 충분히 마땅한 사람

나는 콩존자로 더 라스트맨을 관극했다. 홍나현 배우의 생존자는 '자립 청소년'이었다.

곧 보호소의 보호가 끝나고 홀로서기를 하는 자립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단숨에 혼자가 된 아이를 표현한게 마음이 아팠다.

홍나현 생존자의 존버에는 배와 발에 각기 다른 글씨체로 이름들이 적혀있는데,

배우님께서 영화 토이스토리에 '내 인형'에 '이름'을 적는것 처럼 많은 아이들에게 내 인형이 되어줬던 증표로 남겨둔거라고 한다.

이외에 우리집 그림 등 배우님이 캐릭터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는게 느껴졌던 극이다.


존버 사진 , Photo by @berryeowon(김려원 배우 인스타그램) _ 왼쪽: 려원 존버, 오른쪽: 콩나 존버
존버 사진 , Photo by @berryeowon(김려원 배우 인스타그램) _ 왼쪽: 려원 존버, 오른쪽: 콩나 존버
우리집 , Photo by @kongpot_o3o (홍나현 공연 계정 게시물)
우리집 , Photo by @kongpot_o3o (홍나현 공연 계정 게시물)


좀비물, 생존극이라고 해서 무섭고 극적인 장면만 있는건 아니었다.

혼자 외롭지 않으려고 관객에게 1인칭 시점으로 농담을 주고 받기도하고,

초코파이 하나로 정을 느끼는 장면, 존버와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장면 등

외로이 홀로 싸우는 생존자의 생존 방식을 보는것도 하나의 관극 포인트이다.


홍나현 배우님의 생존자는 자립 청소년 뿐아니라 20대의 첫 걸음을 시작한 대학생에게도 많은 공감을 줬다.

홀로서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이라,

부모님의 부재나 생일을 홀로 지내는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걸 괜찮다고,

사랑 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니 기대도 된다고 따스히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그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뮤지컬 더 라스트맨은 록뮤지컬이라 넘버의 에너지가 꽤 강렬하니,

잔잔한 위로만을 기대하기보다 감정이 크게 출렁일 준비를 하고 가는 편이 좋다.

1인극이라 배우의 숨소리 하나, 눈빛 하나가 극 전체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될 수 있다면 무대 앞쪽 오른쪽 자리에서 보길 권하고 싶다.

국내에서 꾸준히 시즌을 이어오며 뉴욕과 도쿄에서 리딩 공연으로,

최근에는 런던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소식은,

이 작은 방공호 속 외로움이 국경을 넘어서도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만큼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공연장 , Photo by @biniibee(본인)
공연장 , Photo by @biniibee(본인)


혼자 남겨진 단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이상하게도 보고 나면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이 든다.

현재 뮤지컬 <더 라스트맨>은 혜화의 링크더스페이스 1관에서 8월 9일까지 공연된다.

또한 유튜브 B-103 채널에서 생존자가 남기는 셀프캠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생존자가 있기에 많은 생존자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


공연후 캐스팅 보드 , Photo by @biniibee(본인)
공연후 캐스팅 보드 , Photo by @biniibee(본인)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십시오 또 친구가 필요하면 찾아오십시오 누군가 이 노래를 듣고 있다면 연락 바랍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 어딘가에 혼자 머무르고 있을 방공호의 사람들에게 _ <더라스트맨> M14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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