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Db Logo

International Theatre Database

HereWeAre Theatre Club

뮤지컬 <하데스타운> 입문서

Gyeongseo Yeo

Gyeongseo Yeo

2026. 07. 24 12:55Views 6

런던 Lyric Theatre에서 뮤지컬 <하데스타운>을 관람했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정말 애정하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대해 상세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IMG_0156.jpg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예술 작품에서 재해석되는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 중 하나다. 단순한 비극적 로맨스가 아니라, 사랑과 믿음,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을 다룬 신화이기 때문이다. 오르페우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와 행복한 삶을 시작하지만, 에우리디케는 뱀에 물려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고 저승으로 향한다. 그녀를 잊지 못한 오르페우스는 산 자의 몸으로 저승까지 내려가 노래를 부르고, 그의 음악에 감동한 하데스는 단 하나의 조건을 내건다. 지상에 도착하기 전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오르페우스는 거의 출구에 다다랐지만 끝내 불안과 의심을 이기지 못하고 뒤를 돌아본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영원히 저승으로 사라지고, 그는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게 된다.

이 신화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한 결말 때문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 뒤를 돌아본 행동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생긴 불안과 인간적인 약함으로도 해석된다. 그래서 이 신화는 '사랑은 믿음으로 완성되는가', '인간은 끝까지 희망을 견딜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IMG_0155.jpg


이 신화를 가장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바로 뮤지컬 <하데스타운>이다. 재즈와 포크 음악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신화를 산업화된 지하 도시 '하데스타운'으로 옮겨온다. 하데스는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거대한 자본가로, 페르세포네는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균형을 잃어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오르페우스는 세상을 바꿀 노래를 만드는 이상주의자이며, 에우리디케는 현실의 가난 앞에서 생존을 선택해야 하는 인물이다. 원작의 줄거리는 유지되지만 계급, 노동, 자본주의라는 현대적 문제를 더하며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결말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다시 한번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라고 노래하는 마지막 장면은, 비극을 알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희망을 상징한다.


최근 사진 보기.png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역시 이 신화를 중요한 모티프로 활용한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본 이유를 두고 대화를 나누며, 그것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스스로 선택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결말과도 맞닿아 있으며, 사랑하는 이를 끝내 붙잡지 못하지만 마지막 기억만은 영원히 간직하려는 인물들의 운명을 더욱 깊이 있게 보여준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는 수천 년 전 신화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하데스타운>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물론, 앞으로 이 신화를 차용한 다른 작품들을 만날 때도 훨씬 풍부한 감상과 해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Gyeongseo Y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