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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에 가려진 진짜 얼굴 — 뮤지컬 <파가니니>

Chloe

Chloe

2026. 06. 29 18:21Views 106

파가니니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연스럽게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를 떠올린다. 19세기 유럽을 장악한 니콜로 파가니니. 그의 신들린 듯한 연주를 두고 당대 사람들은 여인의 창자로 바이올린 현을 만들었다고 수군댔고,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얻은 재능이라며 손가락질했다. 천재성에 대한 경외는 순식간에 두려움과 혐오로 변질되었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니콜로 파가니니가 사망한 뒤 악마라는 오명 탓에 공동묘지 매장이 거부된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다. 




법정에서 복원되는 인간의 얼굴



극은 아버지의 명예와 안식을 위해 법정에 선 아들 아킬레의 간절한 호소로 문을 연다. 아버지를 악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 기억해달라는 그의 울부짖음은, 자연스럽게 회상으로 이어진다. 이 액자식 구조 안에서 관객은 소문에 가려져 있던 파가니니의 진짜 삶을 비로소 다시 만나게 된다.


작품은 천재의 광기와 고독에 초점을 맞추는 자극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대신 아킬레의 시선을 통해 신화 속에 갇혀 있던 인간 파가니니를 복원해낸다.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다정한 아버지이자 고독한 예술가, 그리고 시대를 고뇌하던 낭만주의자로서 파가니니를 그려낸다.


파가니니 컨셉 포토 ©HJ 컬쳐
파가니니 컨셉 포토 ©HJ 컬쳐


한 사람이라도 내 음악을 진정으로 생각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해


이 한 마디 대사는 작품이 바라보는 파가니니의 본질을 가장 잘 대변한다. 극 중 파가니니는 세상의 인정보다 자신의 음악을 끝까지 믿고 사랑했던 순수한 연주자일 뿐이다.


서로 다른 시선이 그려내는 프레임



작품은 파가니니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서로 다른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입체성을 극대화한다. 루치오는 파가니니의 천재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종교적 잣대로 그를 악마라 치부하고, 콜랭은 그의 유명세를 오직 돈으로만 환산하려 든다. 반면 샬롯은 자극적인 소문 뒤에 가려진 예술가의 영혼을 가장 먼저 바라보며 음악적 교감을 나눈다.


같은 인물을 두고도 이토록 다른 시선이 충돌하는 과정은, 파가니니가 살아생전 명성과 편견을 어떻게 동시에 짊어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해석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단연 ‘음악’이다. 법정의 인간들은 증언과 기록, 종교적 교리로 파가니니를 억압하고 판단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파가니니는 변명하지 않는다. 말 대신 오직 바이올린 연주로 자신의 삶과 영혼을 증명한다. 말 대신 오직 바이올린 연주로 자신의 영혼을 증명하는 액터 뮤지션으로서의 방식은 이 작품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가 세상에 끝내 남기고 싶었던 것은 변명이 아니라 오직 음악이었다는 사실을, 선율로 대변한다.


뮤지컬 파가니니 포토존 ©Chloe
뮤지컬 파가니니 포토존 ©Chloe



그 시절의 스타, 파가니니



이번 시즌 파가니니를 맡은 홍주찬은 밝고 자유로운 파가니니를 그려내며 극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어두운 비극성과 광기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그저 음악이 좋아 몰두하는 순수한 예술가의 면모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낸다. 세상의 소문에 일일이 흔들리기보다 자신의 음악을 믿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로 묘사되기에, 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인간 파가니니’의 설득력은 한층 더 단단해진다. 특히 실제 아이돌로서 활동해온 그의 배경은, 19세기 유럽을 뒤흔든 스타로서의 파가니니와 맞닿으며 관객을 매료시킨다.


뮤지컬 <파가니니> 커튼콜 ©Chloe
뮤지컬 <파가니니> 커튼콜 ©Chloe


결과적으로 뮤지컬 <파가니니>는 단순히 오명을 풀기 위한 변호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무대 밖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재능을 마주했을 때, 그 자체를 탐구하기보다 설득력을 얻으려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때때로 그 이야기는 맹목적인 숭배가 되기도 하고, 잔인한 혐오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가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거짓된 프레임이 죽은 뒤에도 한 사람의 영혼을 어떻게 옥죄었는지, 그리고 그 프레임을 만든 사람이 결국 우리 자신은 아니었는지를 작품은 아프게 짚어낸다.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여전히 그를 ‘악마’라 부르며 그의 천재성을 가십으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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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파가니니>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026년 8월 30일까지 공연한다.


<파가니니> 포스터 ©HJ 컬쳐
<파가니니> 포스터 ©HJ 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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