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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디어에반핸슨> 넘버 "So Big/So Small" : 가장 작은 순간에 전해진 가장 큰 사랑

Yubin Yoon

Yubin Yoon

2026. 06. 26 16:08Views 0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공연사진[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공연사진[에스앤코 제공}


그 날, 나는 부모님을 새로운 눈으로 봤다

뮤지컬을 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다.

화려한 무대나 압도적인 넘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순간, 아주 평범한 한마디가 마음 깊은 곳을 울릴 때가 있다.

뮤지컬 <디어에반핸슨>의 “So Big/So Small”이 바로 그런 넘버다.


극장이 어두워지고, 무대 위에는 에반의 엄마인 하이디만 남는다. 화려한 조명도, 복잡한 동선도 없다. 그저 한 명의 엄마가 자신의 아들에게 말을 건넬 뿐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장면은 뮤지컬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처음 이 넘버를 들었을 때, 나는 에반보다 하이디를 먼저 바라보게 되었다.


늘 아들의 곁에 있었지만 정작 아들의 외로움을 알지 못했던 사람, 최선을 다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사람.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문득 나는 우리 엄마를 떠올렸다. 그동안 나는 부모님을 '부모'라는 역할로만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나를 이해해 주고, 내가 가장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몰랐다. 이 넘버는 부모 역시 불안하고, 후회하고, 실수하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So Big/So Small”은 단순한 뮤지컬 넘버를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So Big/So Small” - 서툰 사랑을 노래하다

이 곡이 특별한 이유는 이것이 에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하이디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에반은 세상 속에서 자신이 너무 작고 외로운 존재라고 느낀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조차 어려운 그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결국 거짓말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노래는 에반의 행동을 보호해주기 보다, 그 이면에 있는 외로움과 불안을 조명한다. 동시에 이 넘버는 하이디의 시선을 통해 부모의 서툰 사랑을 보여준다.

하이디는 아들을 사랑했지만 그의 모든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일해야 했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넘버 속에서 하이디는 에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 한다. 어느 순간에는 보호해야 할 아이, 또 어느 날에는 혼자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어른 처럼 보였다.

부모의 눈에 자식은 늘 그렇게 크고도 작은 존재이다.


이 넘버가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때로는 그 사랑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도 한다. “So Big/So Small”은 그런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미안함과 후회, 그리고 끝내 남는 사랑을 담아낸다.


음악 영화 <디어 에반 핸슨>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음악 영화 <디어 에반 핸슨>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나눠지지 않은 말들 - 극장에서 들었던 가장 긴 침묵

이 넘버를 극장에서 듣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넘버는 결국 말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노래라는 것을.

에반은 자신의 불안을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다. 괜히 걱정을 끼칠까 봐, 짐이 될까 봐, 혹은 자신조차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이디 역시 아들이 얼마나 깊은 외로움 속에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 간극은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사랑했기 때문에 생긴 거리였다. 나 역시 부모님께 말하지 못한 순간들이 있다. 힘들었던 날, 아무 이유 없이 무너졌던 순간들. 부모님이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차마 꺼낼 수 없던 이야기들. 그래서 애써 괜찮은 척했다.


“So Big/So Small”을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음악보다도 그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이었다. 노래 속에는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수많은 감정들이 숨어있다. 미안함, 후회, 사랑, 그리고 늦게 깨달은 이해까지.


관객은 그 침묵을 스스로의 경험으로 채워 넣게 된다.

어쩌면 이 넘버가 많은 사람들을 울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공연사진 _김성규, 김선영 ⓒ라바마인(주)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공연사진 _김성규, 김선영 ⓒ라바마인(주)


왜 이 넘버는 우리를 울게 만드는가?

“So Big/So Small”이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그것이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자식도 부모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서로를 사랑한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관계는 그 모순 위에 세워져 있는지도 모른다.

하이디는 노래를 통해 자신의 후회와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관객은 그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부모를 떠올리고, 혹은 자신의 자식을 떠올린다. 나 역시 그랬다.

극장을 나오는 길에 나는 부모님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부모님은 언제나 부모로 존재했던 사람이 아니라, 나처럼 실수하고 불안해 하며 후회하는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So Big/So Small”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것일지 모른다.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는 서로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하기에 다시 손을 내민다.

그래서 이 노래는 슬프며 아름답다.


Yubin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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