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카이야 사아리아호의 오페라 《이노센스》를 관람했다. 이 작품은 평단의 강한 호평을 받았다.
© Metropolitan Opera
드라마투르기 노트에 따르면, 사아리아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녀는 식탁 주위에 앉은 13명의 인물이 각자의 배경에 따라 하나의 거대한 충격에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구조를 오페라에 담아내고자 했다. 또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와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를 음악적·감정적 모델로 삼았다.
작품은 2018년에 완성되었으나 코로나19로 초연이 미뤄졌고, 2021년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을 가졌다. 이번 메트 프로덕션에서는 초연을 이끌었던 지휘자 수산나 말키와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다시 뭉쳐 원래의 무대를 재현했다.
<Innocence>, Metropolitan Opera, © Karen Almond, Metropolitan Opera
: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키는 무대 위 식탁
이 오페라는 헬싱키의 한 국제학교에서 벌어진 가상의 총기 난사 사건과 그로부터 1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해자의 남동생 토마스와 신부 스텔라의 결혼식 날, 식장 서빙 스태프로 테레자가 나타난다. 테레자는 이 총격 사건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다. 그녀가 토마스의 부모를 알아보면서 묻혀 있던 진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오페라가 진행되면서 기억들이 드러나는데, 토마스는 범행 전 가해자와 함께 사격 연습을 했던 공범에 가까운 존재였음이 밝혀진다. 결국 토마스는 자신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약혼을 파기한다.
<Innocence>, Metropolitan Opera, © Karen Almond, Metropolitan Opera
무대 위의 2층짜리 회전 건물은 과거의 교실과 현재의 결혼식장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국제학교를 배경으로 한 만큼 각국 출신의 학생들이 저마다의 모국어로 말하고 노래한다. 이는 《최후의 만찬》의 13인 구도를 반영하는 동시에, 언어의 장벽 없이 인물들의 감정을 관객에게 직접 전달한다.
무대를 유령처럼 떠도는 살해된 딸 마르케타가 부르는 기묘한 노래는 오페라 전체에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전통적인 오페라 창법이 아닌 민속 창법으로 노래하는 그녀는 무대 중앙에서 단연 돋보이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이러한 음악과 캐스팅의 조합은 현대 오페라 연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노센스》는 묵직한 심리적 여운을 남기면서도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경고 신호를 외면한 사회 시스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어른들, 가해자를 괴롭혔던 친구들을 낱낱이 드러낸다. 결국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 비극 앞에서 완전히 무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Innocence>, Metropolitan Opera, © Kathi
2026/2027 시즌에는 독일 여러 극장에서 새로운 연출로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 브레멘 극장 / 2026년 9–11월 / 초연 / 마르코 슈토르만
- 하이델베르크 극장 / 2027년 2월 / 초연 / 다그마르 슐링만
- 라이프치히 오페라 / 2027년 3–5월 / 초연 / 엘리자베트 슈퇴플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