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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이 예술이 되는 순간 — 2026 국립극장 아트인시리즈 : 〈아트 인 커피〉

Hailey Kim

Hailey Kim

2026. 06. 04 22:12Views 29


봄 햇살이 따사롭던 5월 23일 토요일, 남산 중턱 국립극장 문화광장에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커피 향이 극장 앞마당을 가득 채우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저마다의 잔을 손에 쥔 채 웃음을 나눴다.


〈아트 인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2026 국립극장 미식시장 〈아트 인 커피〉가 열린 날이다.



해오름 극장 앞마당에 펼쳐진 행사부스들 @hailey kim
해오름 극장 앞마당에 펼쳐진 행사부스들 @hailey kim



아트 인 시리즈의 피날레, '아트 인 커피'

2021년부터 시작된 국립극장의 야외 문화축제 '아트 인 시리즈'는 누적 방문객 12만 명에 달하는 인기 행사로 자리를 굳혔다.

올봄에는 4월부터 5월까지 매주 토요일, 창작시장 〈아트 인 굿즈〉, 계절시장 〈아트 인 피크닉〉, 농부시장 〈아트 인 마르쉐〉, 그리고 미식시장 〈아트 인 커피〉로 이어지는 시리즈가 펼쳐졌다.

그 마지막 테마로 '커피'를 선택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커피 애호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금, 한국의 커피 문화는 단순한 기호 식품의 차원을 훌쩍 넘어섰다.

스페셜티 원두에 대한 관심, 지역 로스터리에 대한 애정, 나만의 한 잔을 찾아가는 여정 —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취향이자 문화가 된 시대다.

창극을 보러, 무용 공연을 보러, 국악 연주를 들으러 남산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이 공연 전후로 자연스럽게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광장을 거니는 장면은, 어쩌면 이 행사가 처음부터 꿈꿔온 풍경이었을지도 모른다.



아트인커피 대표 포스터 @hailey kim
아트인커피 대표 포스터 @hailey kim


전국의 커피 장인들이 한자리에

이번 행사는 성수동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를 이끌어온 '메쉬커피'가 뱁새기획과 공동 기획하고 국립극장과 함께 주관했다.

레이지모먼트 커피스탠드(부산), 삼문당커피컴퍼니(통영), 에스리떼(합천), 코에오(속초) 등 전국 각지에서 자신만의 커피 철학을 구축해 온 19개의 국내 로스터리가 참여했고, 일본 후쿠오카를 기반으로 산지 직거래 원두를 다루는 'COFFEE COUNTY'까지 합류해 총 20개 팀이 각자의 개성을 선보였다.

공동 기획사 메쉬커피는 2015년 성수동 서울숲에서 시작된 로스터리 커피바이자 커피 문화 커뮤니티로,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를 지향하며 커피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를 중시한다.

자신이 직접 볶고, 갈고, 내린 커피의 히스토리와 맛을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는 로스터들의 모습은 무대 위 예술가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가, 그 자체로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배우가 무대에서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과 교감하듯, 로스터들은 저마다의 원두로 광장 위 관객들과 마주했다.



커피와 공연이 어우러지는 광장

5월 행사에서는 모던 록밴드 '진리키샤'와 재즈 밴드 '코지재즈오피스'가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무대에 올랐고, 미식 토크 프로그램으로는 맥주 소믈리에 김미연이 '커피처럼 맥주를 읽는 4가지 방법'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커피를 손에 들고 음악을 듣는 광장은, 해오름극장의 붉은 커튼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로비와는 또 다른 결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공연장 안팎이 모두 무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에디터도 한 잔의 커피를 즐겨보았어요 @hailey kim
에디터도 한 잔의 커피를 즐겨보았어요 @hailey kim


시음 방식에서도 이 행사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회용 컵은 아예 사용할 수 없었고, 방문객 모두 다회용 컵과 용기로만 커피와 음식을 즐긴 뒤 반납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 작은 선택이 사실은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 나아가 지속 가능한 공연 문화를 향한 작은 걸음이기도 하다.

스페셜티 커피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제철 푸드와 디저트, 크래프트 주류, 그리고 지속 가능한 F&B 생태계를 고민하는 친환경 캠페인까지 결합된 이번 행사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행위마저 가치 있는 선택으로 만들고자 했다.

공연을 관람하는 공간이자 푸릇한 남산 중턱, 국립극장 광장이라는 배경은 어떤 커피도 맛없을 수 없게 만드는 최고의 무대였다.

맑고 따사로운 주말 오후, 공연 전 설레는 마음으로, 혹은 공연 후 여운을 안고 광장에 머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나누고 웃음을 나누는 풍경은 그 자체로 '인간의 삶'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무대 안팎이 모두 예술이 되는 극장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고 돈을 쓰는 행위가 아니다.

살아있음의 감각을, 삶의 가치와 행복을 생생하게 자각하는 경험 — 그것이 문화의 본질이다.


커피 한 잔을 통해 그 경험이 공연 관람과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국립극장이라는 공간은 비로소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선 삶의 무대가 된다.

국립극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예술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 좋은 공연, 더 많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무대를 찾는 사람들과 그들이 머무는 공간, 공연 전후의 시간까지 세심하게 고민하는 극장.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서면서도 오늘의 경험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그 시간을 더 풍성하게 채우려는 노력이 이 행사 곳곳에 배어 있었다.



부스 참가자들의 단체사진 @hailey kim
부스 참가자들의 단체사진 @hailey kim



사람 냄새 나는, 풍성하고 가치 있는 무대 안팎의 경험.

그리고 그런 경험을 만들고 제공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감사.

이 온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아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바란다.





Hailey Kim